티스토리 뷰
2013년 겨울, 저는 연인과 사소하게 다툰 채로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영화가 끝났을 때는 말 한마디 없이 손을 잡고 나왔고요. 어바웃 타임은 그런 영화입니다. 시간을 되돌리는 남자의 이야기인데, 정작 그 능력이 알려준 건 평범한 하루의 무게였습니다.
작품 정보
원제 | About Time
감독·각본 | 리처드 커티스
출연 | 돔놀 글리슨, 레이철 맥아담스, 빌 나이
국내 개봉 | 2013년 12월 5일
러닝타임 | 123분 / 15세 이상 관람가
볼 수 있는 곳 (2026년 9월 7일 확인)
넷플릭스 — 구독 시청
웨이브 — 구독 시청, 대여·구매도 가능
왓챠 — 구독 시청
애플 TV, 구글 플레이 — 구매·대여
※ 제공처는 자주 바뀌니 시청 전에 확인해보세요.

다투고 들어간 극장에서 생긴 일
그날 왜 다퉜는지는 지금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런 다툼이 제일 성가십니다. 이유가 뚜렷하면 사과라도 하는데, 이유조차 흐릿한 감정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말없이 나란히 앉았고, 불이 꺼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둘 다 같은 장면에서 웃고 있더군요. 같은 장면에서 조용해지기도 했고요. 나오는 길에 슬쩍 손이 닿았는데,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화해하자는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능력으로 배운 게 능력을 안 쓰는 법이라니
팀은 처음엔 사랑을 얻으려고, 나중엔 실수를 되돌리려고 시간을 거스릅니다. 그런데 후반으로 갈수록 목적이 조용히 바뀝니다. 완벽한 하루를 만드는 쪽에서, 오늘 하루를 제대로 사는 쪽으로요.
이 흐름을 떠받치는 건 빌 나이가 연기한 아버지입니다. 아들에게 건네는 조언이 거창하지 않아서 더 오래 남습니다.
하루를 두 번 살아봐라. 두 번째에는 처음에 안 보이던 게 보일 테니까.

음악도 같은 방향입니다. 감정을 밀어붙이지 않아요. 피아노와 현악이 대부분이라 오히려 보는 사람이 빈자리를 채워 넣게 됩니다. 로맨스 영화라면 으레 감정을 끌고 가는 음악을 기대하는데, 이 영화는 반대로 갔습니다.
10년쯤 지나 다시 보니 부러운 게 바뀌었습니다
처음엔 시간여행 설정이 부러웠습니다. 실수한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몇 년 뒤에 다시 보니 부러운 지점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팀이 마지막에 하는 건 능력을 쓰지 않는 겁니다. 같은 하루를 두 번째로 살면서 처음엔 안 보이던 걸 보게 되고, 결국 처음부터 그렇게 살기로 하죠. 능력을 얻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려놓는 이야기였습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특별한 날 말고 평범한 날 저녁에 틀어보시길 권합니다. 끝나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 뭔지 한번 보세요. 저는 손이 닿던 그 골목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연인이랑 봐도 괜찮을까요?
A. 다툰 날 봤는데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풀렸습니다. 감정을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아서 부담이 없고, 보고 나서 어떤 장면이 남았는지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습니다.
Q. 시간여행 설정이 복잡한가요?
A. 전혀요. 규칙이 단순하고 영화도 길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냥 따라가면 됩니다.
Q. 러브 액츄얼리와 비교하면요?
A. 웃음은 줄고 감정의 밀도는 훨씬 높아졌습니다. 가볍게 볼 생각이었다면 좀 다를 수 있는데, 대신 오래 남습니다. 커티스 감독 작품 중 가장 성숙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