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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뮤지컬이 실존 인물의 행적을 얼마나 미화해도 괜찮을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한 장면에 온몸이 굳었고, 그 감동이 가라앉고 나서야 불편한 질문이 남았습니다.
2017년 미국 영화고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입니다. 휴 잭맨, 잭 에프론, 젠데이아가 나오고 러닝타임은 105분이에요. 저는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고, 최근에 디즈니플러스로 다시 봤습니다(2026년 9월 15일 확인).

문을 밀고 나오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했던 건 This Is Me 장면이었습니다.
바넘이 상류층 손님들을 맞이하면서 단원들에게 뒤에 숨어 있으라고 하는 장면이요. 레티가 문 뒤에 조용히 서 있다가 낮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계단을 한 칸씩 내려올수록 소리가 커져요. 뒤에서 단원들이 하나둘 따라 나오고요. 그 순간 소름이 돋았는데 이유를 한참 뒤에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숨기라고 한 사람 앞으로, 자기 발로 걸어 나오면서 부르는 노래였으니까요.
특히 닫힌 문을 온몸으로 밀어젖히는 대목에서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평생 남의 시선 때문에 방 안에, 집 안에, 무대 뒤에 있어야 했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스스로 앞으로 나서는 장면이었으니까요.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날의 감정이 그대로 돌아옵니다.
바넘은 정말 그런 사람이었을까
이 영화를 마냥 좋게만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실존 인물을 다루는 방식 때문입니다.
극 중 바넘은 순진한 이상주의자로 그려지는데, 실제 P.T. 바넘은 냉철한 흥행 사업가였습니다. 그는 신체적 차이를 가진 사람들을 돈을 받고 전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웠어요. 19세기 미국에서 유행하던 흥행 형식이었고, 당시에도 논쟁거리였습니다.
영화는 사실상 그의 행적만 빌려온 창작 뮤지컬에 가깝습니다. 온 가족이 편하게 즐길 밝은 영화를 만들려다 보니 역사적 맥락이 가려진 결과가 나왔어요.
영화 안에서 바넘은 실수했다가 반성하고 용서받습니다. 그런데 실제 역사에서 그런 화해가 있었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이런 각색이 영화적 허용 범위 안에 있다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안일하다고 생각해요. 실존 인물의 이름과 사업을 가져오는 이상 그 행적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은 따라온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선언이 놓인 자리
이 영화가 가진 힘은 결국 그 선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원들은 처음에 구경거리로 불려 나온 존재였어요. 그런데 무대에 서면서 무언가가 달라집니다. 자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를 처음으로 갖게 되니까요.
그래서 This Is Me가 바넘이 아닌 단원들의 노래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넘이지만 가장 강한 순간은 그가 없는 자리에서 나와요. 숨어 있으라는 사람에게 우리는 여기 있겠다고 말하는 장면이니까요.
그런데 이 아름다운 선언이 놓인 자리를 생각하면 좀 복잡해집니다. 결국 그들을 전시했던 사람의 사업을 정당화하는 구조 안에 있으니까요.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문제 있는 인물이 긍정적으로 보이게 되는 셈입니다. 이 영화의 소수자 재현 방식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나오는 것도 그래서고요.
저는 이 영화를 볼 때 두 가지를 분리해서 봤습니다. 무대 위에서 자기 존재를 선언하는 순간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다만 그 무대를 만든 사람을 함께 미화하는 건 별개의 문제예요. 좋은 노래 한 곡이 한 사람의 실제 행적을 덮어줄 수는 없으니까요.
이번에 다시 보면서도 그 두 감정이 그대로였습니다. 감동적인 장면 하나가 영화 전체의 윤리적 선택을 덮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시 보실 예정이라면 바넘의 실제 행적을 조금만 찾아보고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무대 위의 선언이 더 복잡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더 솔직한 감상이 될 거예요.
자주 묻는 질문
Q. 실화 기반인가요?
A. 실존 인물의 이름과 사업을 배경으로 삼았지만 실화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극적 허구가 대부분인 창작 뮤지컬에 가까워요.
Q. This Is Me가 왜 그렇게 울림이 큰가요?
A. 무대 위 공연곡이 아니라 숨어 있으라는 명령에 맞서 스스로 걸어 나오며 부르는 곡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 장면에선 이성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어요.
Q. 비판적으로 보면 즐기기 어렵나요?
A. 꼭 그렇진 않습니다. 비판적 시각과 감동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어요. 저도 그 장면에서 받은 감동은 진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