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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가볍게 볼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한 장면이 계속 남아 있었어요. 정장을 차려입고 서류가방을 든 70대 남성이 스타트업 사무실로 첫 출근하는 장면이요.

작품 정보

  • 원제: The Intern
  • 감독·각본: 낸시 마이어스
  • 출연: 로버트 드니로, 앤 해서웨이
  • 개봉: 2015년
  • 러닝타임: 121분

볼 수 있는 곳 (2026년 9월 15일 확인)

  • 넷플릭스 — 구독 시청

저는 극장에서 먼저 보고, 다시 볼 땐 넷플릭스로 봤습니다. 제공처는 자주 바뀌니 시청 전에 확인해보세요.

넥타이를 맨 이유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벤 휘태커는 37년 경력의 전직 임원입니다. 은퇴 후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해 패션 이커머스 스타트업에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첫날 출근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후드티와 청바지 차림인 동료들 사이에서 혼자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거든요. 처음엔 어색해 보인다고 느꼈는데, 생각해보니 눈치 없음이 아니었습니다. 일하러 가는 자리에 대한 그 사람 나름의 예의였어요.

그다음 장면에서 벤은 책상 서랍에 계산기, 만년필, 손수건을 하나씩 꺼내 정리합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었어요. 이런 사람은 회사에서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과시하거나 내세우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결국 주변 사람들이 먼저 알아봅니다.

가장 뭉클했던 건 사무실 한가운데 어질러진 책상이었습니다. 다들 불편해하면서도 아무도 손대지 않던 그 자리를 벤이 조용히 치워놓습니다. 사람들이 놀라는데 자기가 했다고 말하지도 않아요. 그 장면 하나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전부 알 것 같았습니다. 인정받으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눈에 보였으니까 한 거잖아요.

 

40년 일한 사람이 여기서는 처음이라고 말할 때

저도 여러 세대가 섞인 회사에서 일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꽤 공감이 갔어요. 소통 방식도, 일하는 속도도, 뭘 먼저 할지 정하는 기준도 달라서 부딪히는 일이 생기거든요.

줄스가 처음에 벤을 대하는 태도가 그래서 더 찔렸습니다. 나이 많은 인턴이 온다는 사실 자체를 불편해했고, 일도 안 맡기려 하고 대화도 피하려 하잖아요. 저도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하게 굴었던 적이 있어서요.

그런데 줄스가 마음을 연 건 벤이 자기 경험을 내세웠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한 번도 내세우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벤은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 줄 몰라서 젊은 동료에게 배우고, 자기보다 서른 살 어린 상사를 깍듯하게 대합니다.

40년을 일한 사람이 여기서는 처음이라고 말할 수 있는 태도. 저는 그게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고 봤습니다.

경력이라는 게 시간이 쌓이면 자동으로 올라가는 수치처럼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벤을 보면 시간이 아니라 태도가 그걸 결정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40년을 일해도 자기 방식만 고집하면 그건 경험이 아니라 고집이 되고, 반대로 처음 온 자리에서도 배울 준비가 돼 있으면 계속 쌓이는 거예요.

한국판이 내일 개봉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한국판 개봉이 하루 앞입니다. 2026년 9월 16일이에요.

항목 원작 (2015) 한국판 (2026)
CEO 줄스 (앤 해서웨이) 선우 (한소희)
인턴 벤 (로버트 드니로) 기호 (최민식)
회사 패션 이커머스 스타트업 패션 브랜드 우투투
감독 낸시 마이어스 김도영

궁금한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개봉일 기준으로 한소희는 32세로 원작 당시 앤 해서웨이와 같은 나이인데, 최민식은 64세로 72세였던 로버트 드니로보다 여덟 살 젊습니다. 인턴 쪽만 젊어진 거예요.

원작의 벤은 확실히 은퇴한 사람이었습니다. 다시 나올 이유가 없는데 나온 사람이요. 그런데 64세면 아직 현역이라고 느끼는 나이잖아요. 그러면 기호가 회사에 들어가는 동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차이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제일 궁금합니다.

한국 직장 문화에서 나이 어린 상사와 나이 많은 신입이라는 구도가 원작보다 훨씬 무겁게 작동한다는 것도 그렇고요. 원작에서는 벤이 깍듯하게 구는 게 자연스러웠는데, 한국에서는 그 자체가 갈등의 재료가 됩니다. 보고 와서 여기에 덧붙이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벤이 줄스에게 조언을 많이 해주나요?
A. 오히려 반대입니다. 직접 조언하는 장면이 거의 없어요. 운전을 대신해주고 손수건을 건네고 말없이 옆에 앉아 있는 정도인데, 그게 조언보다 크게 작용합니다.

Q. 시니어 인턴 제도가 실제로 있나요?
A. 실제로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고령자 재취업 지원 사업이 확대되는 추세라 영화 설정이 현실과 멀지 않아요.

Q. 한국판만 봐도 되나요?
A. 시리즈가 아니라 독립된 이야기라 괜찮습니다. 다만 원작을 먼저 보면 각색 지점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