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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을 때 화면에서 이탈리아 한여름의 열기가 실제로 전해지는 것 같아서 잠시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 온도가 한참 몸에 남아 있었어요.
작품 정보
- 원제: Call Me by Your Name
-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 원작: 안드레 애치먼 『그해, 여름 손님』
-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마이클 스털버그
- 개봉: 2017년
-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
볼 수 있는 곳 (2026년 9월 9일 확인)
- 쿠팡플레이 — 구독 시청
제공처는 자주 바뀌니 시청 전에 확인해보세요.

LP 바늘이 그 트랙에 닿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마지막 장면입니다. 올리버의 약혼 소식을 전화로 들은 엘리오가 벽난로 앞에 앉아 불꽃을 바라보다 조용히 무너지는 장면. 컷 없이 티모시 샬라메의 얼굴만 한참 담아냅니다. 저는 그 장면이 흘러가는 내내 숨을 참고 있었어요.
그 위로 수프얀 스티븐스의 곡이 흐릅니다. 저는 이 OST를 LP로 갖고 있는데, 바늘을 올려 그 곡을 틀 때마다 자동으로 그 겨울의 방 안으로 끌려 들어갑니다. 음악이 장면의 기억을 이렇게까지 붙잡아둘 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 소설을 읽었는데, 두 매체의 온도 차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영화가 햇빛과 침묵으로 감정을 눌러 담는다면, 소설은 엘리오의 머릿속을 낱낱이 해체해서 보여줍니다. 그 유명한 복숭아 장면만 해도 책에서는 훨씬 적나라해서,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른 감각으로 겪게 돼요.
영화가 절제로 승부한다면 소설은 과잉으로 정직합니다. 저는 감정의 무게를 느낀 건 영화였고, 그 감정의 이유를 이해한 건 소설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마냥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솔직히 그렇습니다. 17세 엘리오와 24세 올리버의 나이 차, 그리고 관계가 시작되는 방식이 지금 시선으로 보면 불편함을 남겨요.
엘리오의 집에 초대받아 머무는 연장자 올리버는 구조적으로 우위에 있는 위치입니다. 여름 별장, 눈부신 햇살, 지적인 가족이라는 완벽한 배경이 그 불균형을 낭만으로 포장하는 건 아닌지 보는 내내 의심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카메라가 철저히 엘리오의 시점에 고정되어 있는 것도 걸립니다. 올리버가 무엇을 느꼈는지, 왜 결국 떠났는지는 끝까지 흐릿해요. 의도된 전략일 수는 있지만, 그래서 두 사람의 감정이 정말 대등했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로 영화를 덮었습니다.
그런데도 가장 오래 남은 건 아버지의 대사였습니다. 슬픔도 기쁨도 도려내지 말고 다 끌어안으라는 말. 관계의 불균형에 대한 제 의심이 그 한마디 앞에서 잠시 힘을 잃었어요.
어쩌면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첫사랑이 아니라 상실을 받아들이는 태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작을 읽고 나서 마지막 장면이 달라졌습니다
소설은 그 벽난로 장면 이후로도 20년치 이야기가 더 이어집니다. 두 사람은 여러 번 재회하고, 끝내 함께하지 못한 채 나이를 먹어요.
영화는 그 모든 뒷이야기를 잘라내고 얼굴 하나로 끝냅니다. 처음엔 아쉬웠는데 지금은 그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엘리오가 앞으로 겪을 20년을 관객이 이미 그 얼굴에서 다 보고 있으니, 굳이 설명할 이유가 없었던 거예요.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먼저인가요, 소설 먼저인가요?
A. 저는 영화를 먼저 봤는데 그 순서가 좋았습니다. 이미지와 음악이 각인된 상태에서 소설의 내면이 겹쳐지면 훨씬 입체적으로 읽혀요.
Q. 나이 차가 불편한데 어떻게 봐야 하나요?
A. 불편함을 느끼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 불편함을 인정한 채로 다른 층위를 같이 보는 게 정직한 감상이라고 생각합니다.
Q. 서로 이름을 바꿔 부르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A. 경계를 허물고 상대 안에 자신을 들여놓고 싶다는 방식이죠. 낯설어서 오히려 그 감정의 깊이가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