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상영 시간 132분 내내 단 한 줄의 설명 대사 없이 계급을 시각화한 영화입니다.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대사보다 계단과 빗소리가 훨씬 많은 말을 하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계단 상징 — 두 세계를 가르는 거리기생충에서 제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었던 장면은 폭우가 쏟아지던 밤, 기택 가족이 박 사장네 집을 빠져나와 끝없이 계단을 내려가는 시퀀스입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가족은 그 집 거실에 누워 마치 자기들 공간인 양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예정에 없던 주인의 귀가로 순식간에 테이블 밑에 숨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집을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하강이 정말 길었습니다.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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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30. 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