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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영화 (5)
봄날은 간다 (온도차, 밥과 라면, 성장)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대사가 유혹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장면을 보고 나서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은수의 표정은 유혹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 심드렁함이 오히려 이 영화 전체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2001년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는 사랑의 시작이 아니라, 두 사람이 얼마나 다른 언어로 같은 감정을 말하고 있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온도차: 두 사람은 처음부터 같은 걸 하지 않았다제가 이 장면을 보고 마음에 걸렸던 건 대사 자체가 아니라 온도차였습니다. 은수가 "라면 먹고 갈래요?"를 던지는 순간, 그 말은 아무 무게도 없이 나옵니다. 큰일 아닌 것처럼. 그런데 상우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 있어요. 저는 그 대조를 보면서 이 두 사람이 지금 다른 영화를 찍고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6. 9. 6. 17:29
노팅힐 (배경, 기자회견, 일상)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돌아선 적 있으신지요. 저는 그 감각을 정확히 담은 영화를 찾다가 노팅힐을 다시 꺼내 봤습니다. 1999년 개봉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뭔가 싶었는데, 막상 다시 보니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용기 이야기였습니다. 진심을 말하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그 문제를 가장 정직하게 풀어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노팅힐이 특별한 배경 — 왜 하필 이 동네인가노팅힐은 런던 서쪽에 실재하는 동네입니다. 포토벨로 마켓이 있고, 색색의 테라스 하우스가 늘어서 있는 곳이죠. 영화는 그 동네의 낡은 여행 서적 전문점을 주 무대로 삼습니다. 세계적인 배우 애나 스콧이 우연히 그 서점에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저는 처음에 이 설정이 다소 작위적이라고 느..

카테고리 없음 2026. 8. 31. 16:16
500일의 썸머 (뮤지컬 장면, 기대와 현실, 투사)

톰은 썸머를 사랑한 게 아니었다. 정확히는, 자신이 오래 믿어온 '운명적 사랑'이라는 개념을 썸머라는 사람 위에 덮어씌웠다. 저는 이 영화를 여름마다 다시 꺼내 보는데, 볼 때마다 그 사실이 더 선명하게 보여서 유쾌하면서도 조금 씁쓸해집니다. 매년 여름마다 다시 꺼내 보게 되는 영화500일의 썸머는 제목에 계절이 박혀 있어서인지, 여름이 오면 자연스럽게 손이 갑니다. 의도하고 찾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런 영화는 흔하지 않습니다. 계절이 트리거가 되는 작품이요.2009년 개봉한 이 영화는 마크 웹 감독이 연출하고 조셉 고든-레빗과 주이 디샤넬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비선형적 서사 구조, 그러니까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흐르지 않고..

카테고리 없음 2026. 7. 30. 11:47
노트북 영화 (사랑, 감동, 결말)

격렬하게 싸우는 두 사람이 왜 그냥 헤어지지 않을까요. 영화 을 처음 봤을 때 제가 오래 붙들고 있던 질문이었습니다.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과 조용히 곁을 지키는 헌신, 이 두 가지가 하나의 이야기 안에 동시에 담겨 있는 영화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은 그 둘을 모두 가진 작품이라 제 인생영화 목록에서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랑이 아름다우면 현명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사랑에 빠지는 것과 사랑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영화 속 앨리가 서 있는 자리가 정확히 그 경계선 위였습니다. 좋은 집안, 반듯하고 다정한 약혼자, 누가 봐도 안정적인 미래. 그 모든 걸 손에 쥔 채로 그녀는 노아에게로 걷습니다.저는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솔직히 두 감정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한쪽에서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카테고리 없음 2026. 7. 25. 23:13
이터널 선샤인 (명장면, 결말, 비선형 서사)

이 영화의 핵심 장치는 레이시텍(Lacuna Inc.)이라는 가상의 기업이 제공하는 기억 삭제 시술입니다. 여기서 기억 삭제란 특정 인물과 관련된 신경 연결망(Neural Pathway)을 선택적으로 소거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뇌 속에 저장된 특정 기억의 물리적 흔적을 지워버리는 것입니다.이 설정을 뒷받침하는 방식이 바로 비선형 서사(Non-linear Narrative)입니다. 비선형 서사란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지 않고 기억, 감정, 연상의 흐름을 따라 뒤섞어 전개하는 서술 방식입니다. 찰리 카우프만이 쓴 이 각본은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는데(출처: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제77회 시상식), 그 이유가 바로 이 형식적 실험이..

카테고리 없음 2026. 7. 2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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