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Frozen)은 2013년 개봉 직후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디즈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애니메이션이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영화에서 잊지 못하는 장면은 화려한 얼음성이 아니라, 어린 엘사가 안나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방문을 닫아버리던 그 찰나였습니다.닫힌 문 뒤에서 흐른 시간사고가 난 직후, 부모님은 엘사를 방 안으로 들여보냅니다. 안나는 영문도 모른 채 문 앞에 서서 "같이 눈사람 만들자"고 노래하듯 부르죠. 안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고, 카메라는 그 문 앞에서 안나가 나이를 먹어가는 장면으로 조용히 넘어갑니다.제가 직접 겪어보니, 형제자매 사이라는 건 참 묘합니다. 매일 붙어 있고 사소한 일로 싸우다가도, 어느 순간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게 되는 시기가 옵니다...
토이 스토리 3는 2010년 개봉 당시 전 세계 박스오피스 10억 달러를 돌파한 픽사의 세 번째 시리즈입니다. 저는 이 숫자보다 다른 숫자가 더 기억에 남습니다. 소각장 장면에서 제가 숨을 참은 시간, 아마 30초는 됐을 겁니다.소각장 장면이 그렇게 무서운 이유가 뭘까요픽사 애니메이션에서 죽음을 이렇게 정면으로 다룬 장면이 또 있었나 싶습니다. 토이 스토리 3의 소각장 시퀀스는 픽사의 스토리텔링 기법 중에서도 손꼽히는 장면으로, 영화 이론에서 말하는 '카타르시스(catharsis)'를 가장 짧고 강렬하게 구현한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여기서 카타르시스란 극적 긴장이 절정에 달했다가 해소되면서 관객이 정서적 정화를 경험하는 현상을 말합니다.제가 직접 그 장면을 봤을 때, 처음엔 그냥 위기 장면이겠거니 했..
유바바와 계약한 자는 자기 이름을 잃고, 이름을 잃은 자는 잃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2001년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 가진 가장 무서운 전제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판타지 모험담으로만 읽었는데, 다시 보고 나서야 이게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된 이야기인지 깨달았습니다.이름을 빼앗긴다는 것의 의미이 영화의 세계관에는 하나의 핵심 규칙이 있습니다. 유바바가 운영하는 온천 유야에 들어온 자는 계약서에 서명하면서 자기 이름의 한 글자씩을 빼앗깁니다. 오기노 치히로는 '센'이 되고, 하쿠는 본래 이름을 통째로 잃습니다. 그리고 이 설정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이름을 못 쓰게 돼서가 아닙니다.이름을 빼앗기면 자기가 누구였는지를 기억하는 능력 자체가 흐려진다는 것, 그게 핵심입니다. 하쿠는 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