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의 생사조차 몰랐던 세 사람이, 아무런 약속도 없이 같은 공원에 모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숨을 참았습니다. 영화 의 라스트신은 그냥 감동적인 결말이 아니라, 영화가 처음부터 쌓아온 논리의 완성이었습니다. 말이 없어도 전부 전달된 라스트신일반적으로 감동적인 재회 장면에는 대사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장면을 봤을 때, 대사가 한 마디도 없는 그 몇 초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전달했습니다.어거스트가 무대에 올라 자신이 작곡한 곡을 지휘하기 시작하면, 카메라는 관객석으로 넘어갑니다. 라일라가 음악에 이끌려 걸어 들어오고, 반대편에서 루이스가 걸어 들어옵니다. 두 사람 다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그 소리가 왜 이렇게 마음을 흔드는지 모..
열 살짜리 아이가 우주비행사 헬멧을 벗고 현관을 나서는 장면. 저는 그 몇 초를 보면서 이상하게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 영화 〈원더〉는 트리처콜린스 증후군(Treacher Collins Syndrome)을 가진 소년 어기 풀먼이 처음으로 공립학교에 입학하는 이야기인데, 이 영화가 단순히 "장애를 가진 아이가 학교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다 보고 나서 그 판단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첫 등굣길, 헬멧을 벗는다는 것의 무게어기가 늘 쓰고 다니던 우주비행사 헬멧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직접 이 장면을 봤을 때, 그 헬멧이 그 애가 세상과 자기 사이에 세워둔 유일한 벽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그걸 스스로 내려놓고 문을 열고 나가는 열 살짜리를 보면서, 저 ..
남의 아이를 자기 자식처럼 키우면서 정작 자신의 아이와는 평생 떨어져 살아야 했다면, 그게 과연 '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저는 영화 《헬프(The Help, 2011)》를 처음 봤을 때 이 질문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10번을 더 봤습니다. 볼 때마다 전혀 다른 지점에서 무너졌습니다. 1960년대 미시시피, 아름다운 화면 속에 숨겨진 것《헬프》의 시대적 배경은 1963년 미국 미시시피 주입니다.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s)이 여전히 유효하던 시절로, 이 법은 공공시설과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흑인과 백인을 강제로 분리했던 미국 남부의 인종분리 법률 체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같은 버스도 타지 말고, 같은 화장실도 쓰지 말라는 법이었습니다.그런데 직접 겪..
격렬하게 싸우는 두 사람이 왜 그냥 헤어지지 않을까요. 영화 을 처음 봤을 때 제가 오래 붙들고 있던 질문이었습니다.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과 조용히 곁을 지키는 헌신, 이 두 가지가 하나의 이야기 안에 동시에 담겨 있는 영화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은 그 둘을 모두 가진 작품이라 제 인생영화 목록에서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랑이 아름다우면 현명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사랑에 빠지는 것과 사랑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영화 속 앨리가 서 있는 자리가 정확히 그 경계선 위였습니다. 좋은 집안, 반듯하고 다정한 약혼자, 누가 봐도 안정적인 미래. 그 모든 걸 손에 쥔 채로 그녀는 노아에게로 걷습니다.저는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솔직히 두 감정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한쪽에서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