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두 번 이상 보면 처음엔 놓쳤던 장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저도 처음엔 택시운전사를 '5·18을 배경으로 한 감동 영화' 정도로만 봤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로 다시 봤을 때, 검문소 장면에서 또 눈물이 났고, 그제야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을 한 사람들의 기록이라는 것.검문소 장면: 대사 없는 선택이 남긴 것극적인 결단의 순간이라면 보통 음악이 깔리고, 대사가 나오고, 카메라가 인물의 얼굴을 천천히 잡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서 깨달은 건, 가장 묵직한 장면일수록 오히려 아무 말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만섭의 택시가 검문에 걸리는 장..
극장을 나오면서 한동안 걷지 못했습니다. 정의가 왜 늘 누군가 죽고 난 다음에야 움직이기 시작하는지, 그 값을 왜 항상 가장 어린 사람들이 치르는지. 영화 은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해 6월 항쟁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다룹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낯섦이었습니다. 영웅 한 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연쇄가 역사를 만들었다는 것, 그 구조가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았습니다. 역사적 맥락: 1987년 그 겨울이 품고 있던 것1987년 1월 14일,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다 사망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말로 사건을 덮으려 했습니다. 이른바 '탁 치니 억'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