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돌아선 적 있으신지요. 저는 그 감각을 정확히 담은 영화를 찾다가 노팅힐을 다시 꺼내 봤습니다. 1999년 개봉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뭔가 싶었는데, 막상 다시 보니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용기 이야기였습니다. 진심을 말하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그 문제를 가장 정직하게 풀어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노팅힐이 특별한 배경 — 왜 하필 이 동네인가노팅힐은 런던 서쪽에 실재하는 동네입니다. 포토벨로 마켓이 있고, 색색의 테라스 하우스가 늘어서 있는 곳이죠. 영화는 그 동네의 낡은 여행 서적 전문점을 주 무대로 삼습니다. 세계적인 배우 애나 스콧이 우연히 그 서점에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저는 처음에 이 설정이 다소 작위적이라고 느..
열 살짜리 아이가 우주비행사 헬멧을 벗고 현관을 나서는 장면. 저는 그 몇 초를 보면서 이상하게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 영화 〈원더〉는 트리처콜린스 증후군(Treacher Collins Syndrome)을 가진 소년 어기 풀먼이 처음으로 공립학교에 입학하는 이야기인데, 이 영화가 단순히 "장애를 가진 아이가 학교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다 보고 나서 그 판단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첫 등굣길, 헬멧을 벗는다는 것의 무게어기가 늘 쓰고 다니던 우주비행사 헬멧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직접 이 장면을 봤을 때, 그 헬멧이 그 애가 세상과 자기 사이에 세워둔 유일한 벽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그걸 스스로 내려놓고 문을 열고 나가는 열 살짜리를 보면서, 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