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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3)
이웃집 토토로 (병원 장면, 사츠키 감정, 토토로 의미)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꽤 오래 '그냥 예쁜 동화'로만 봤습니다. 악당도 없고, 큰 사건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다시 봤을 때 병원 장면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이 창문 너머로 엄마를 확인하고, 아무 말 없이 옥수수 하나를 놓고 돌아가는 그 장면. 그게 이 영화가 하려던 말의 전부였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습니다.병원 장면 — 아이들이 원한 건 만남이 아니었습니다메이가 사라지고, 온 마을이 발칵 뒤집힌 밤이었습니다. 사츠키가 토토로에게 도움을 청하고, 고양이버스가 나타납니다. 두 아이를 태운 버스는 논밭 위를 가로질러 병원에 도착하죠.그런데 아이들은 병실 문을 열지 않습니다. 나무 위에 앉아서 창문 너머로 안을 들여다볼 뿐입니다. 엄마가 아빠와 이야기하며 웃고 있는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창턱에 옥..

카테고리 없음 2026. 8. 12. 16:10
하울의 움직이는 성 (소피의 얼굴, 저주, 전쟁)

저주가 풀려야 비로소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두 번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소피는 저주가 걸린 상태에서도 오히려 더 당당하게 행동했습니다. 마법이 걷혀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인정하는 순간마다 얼굴이 젊어졌으니까요.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이 영화가 전혀 다른 작품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소피의 얼굴이 저주보다 정직했습니다이 작품에서 가장 치밀하게 설계된 장치는 소피의 외모 변화입니다. 황야의 마녀가 건 마법은 전형적인 외양 변형 저주(Appearance Curse)처럼 보입니다. 여기서 외양 변형 저주란 특정 조건이 해소될 때까지 당사자의 신체적 모습을 바꿔놓는 서사 장치를 말하는데, 통상적으로는 이야기 끝에 단 한 번 풀리는 ..

카테고리 없음 2026. 8. 9. 15:16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름, 정체성, 기억)

유바바와 계약한 자는 자기 이름을 잃고, 이름을 잃은 자는 잃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2001년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 가진 가장 무서운 전제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판타지 모험담으로만 읽었는데, 다시 보고 나서야 이게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된 이야기인지 깨달았습니다.이름을 빼앗긴다는 것의 의미이 영화의 세계관에는 하나의 핵심 규칙이 있습니다. 유바바가 운영하는 온천 유야에 들어온 자는 계약서에 서명하면서 자기 이름의 한 글자씩을 빼앗깁니다. 오기노 치히로는 '센'이 되고, 하쿠는 본래 이름을 통째로 잃습니다. 그리고 이 설정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이름을 못 쓰게 돼서가 아닙니다.이름을 빼앗기면 자기가 누구였는지를 기억하는 능력 자체가 흐려진다는 것, 그게 핵심입니다. 하쿠는 자..

카테고리 없음 2026. 8. 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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