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영화를 틀었을 때만 해도 그냥 법정 드라마려니 했는데, 법정 변론 장면에서 숨이 멎었습니다. 교과서에서 외웠던 헌법 조문이 저 자리에서는 전혀 다른 무게를 가졌습니다. 같은 문장인데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실감했습니다. 법정 변론, 외웠던 문장이 무기가 된 순간제가 직접 봤는데, 차동영이 증언대에서 "제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판단하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장면부터 무언가 달라졌습니다. 그 말을 받아치는 송우석의 반문이 이 영화 전체를 뒤흔드는 지점입니다. "증인이 말하는 국가란 대체 뭡니까?"그리고 그가 꺼내는 건 헌법 제1조 2항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여기서 헌법 제1조 2항이란 대한민국..
첫사랑 영화가 오래 남는 건 아름다워서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제가 건축학개론을 다시 꺼내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아름다움보다 민망함 쪽에 가깝습니다. 그 시절 제 모습이 승민과 너무 닮아 있어서요. 마음이 있으면서도 표현할 줄 몰라 괜히 무뚝뚝하게 굴고, 사소한 오해 하나에 혼자 등을 돌리던 그 서툶 말입니다. 2012년 개봉 후 10년이 넘도록 이 영화가 계속 회자되는 이유가 단순히 첫사랑 코드 때문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첫사랑 감성과 90년대 시대상 — 이 영화가 정확하게 붙잡은 것들건축학개론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승민과 서연이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에 몰래 들어가, 낡은 마루에 나란히 누워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고 음악을 듣는 장면입니다. 전람회의 이 흘러나오는 그 짧은 시간 동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