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대사가 유혹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장면을 보고 나서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은수의 표정은 유혹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 심드렁함이 오히려 이 영화 전체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2001년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는 사랑의 시작이 아니라, 두 사람이 얼마나 다른 언어로 같은 감정을 말하고 있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온도차: 두 사람은 처음부터 같은 걸 하지 않았다제가 이 장면을 보고 마음에 걸렸던 건 대사 자체가 아니라 온도차였습니다. 은수가 "라면 먹고 갈래요?"를 던지는 순간, 그 말은 아무 무게도 없이 나옵니다. 큰일 아닌 것처럼. 그런데 상우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 있어요. 저는 그 대조를 보면서 이 두 사람이 지금 다른 영화를 찍고 있다..
복수극이라고 생각하며 봤습니다. 누가 가뒀는지 찾아내서 갚아주는 이야기라고요. 그런데 펜트하우스에서 앨범이 펼쳐지는 순간 두 시간 가까이 따라온 이야기의 구조가 통째로 무너졌어요. 작품 정보감독: 박찬욱출연: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개봉: 2003년러닝타임: 120분 / 청소년관람불가제5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볼 수 있는 곳 (2026년 9월 16일 확인)넷플릭스 — 구독 시청제공처는 자주 바뀌니 시청 전에 확인해보세요.오대수가 무엇을 잘못했나숨이 멎었던 건 펜트하우스 장면이었습니다. 오대수가 15년을 갇힌 이유를 드디어 알아내는 그 대목이요.그전까지 저는 이야기를 복수극의 문법으로 읽고 있었는데, 이우진이 앨범을 펼쳐 보이는 순간 그 독해 방식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오대수가 무릎을 꿇고 자기..
극장을 나오면서 한동안 걷지 못했습니다. 정의가 왜 늘 누군가 죽고 난 다음에야 움직이기 시작하는지, 그 값을 왜 항상 가장 어린 사람들이 치르는지. 영화 은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해 6월 항쟁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다룹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낯섦이었습니다. 영웅 한 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연쇄가 역사를 만들었다는 것, 그 구조가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았습니다. 역사적 맥락: 1987년 그 겨울이 품고 있던 것1987년 1월 14일,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다 사망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말로 사건을 덮으려 했습니다. 이른바 '탁 치니 억'으..
보고 나서 한동안 아무것도 못 했던 영화가 몇 편이나 될까요. 저는 손에 꼽히는 그 목록 맨 앞에 이 영화를 올려둡니다.작품 정보감독 | 봉준호출연 | 송강호, 김상경, 김뢰하, 박노식개봉 | 2003년러닝타임 | 131분청소년관람불가볼 수 있는 곳 (2026년 9월 16일 확인)넷플릭스 — 구독 시청※ 제공처는 자주 바뀌니 시청 전에 확인해보세요.경운기가 발자국을 뭉개버립니다처음 봤을 때 저는 박두만이라는 형사에게 분노했습니다. 눈만 보면 범인을 안다고 믿고, 자백은 발로 받아내는 사람이요. 그런데 여러 번 다시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그 무능이 사실은 한 개인의 게으름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사건 현장에 경운기가 들어와 발자국을 죄다 뭉개버립니다. 지원을 요청해도 병력은 데모 진압에 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