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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62)
영화 그녀 (AI 연애, 감정 설계, 젠더 편향)

AI와 나눈 대화가 하루 중 가장 편한 시간이 되어버린 적 있으신 분이라면, 영화 가 단순한 SF로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저도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그냥 감성적인 미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고 나서야 이게 얼마나 지금 이야기인지 실감했습니다. 2013년 개봉작이 2020년대를 이렇게 정확히 짚어낼 줄은 몰랐습니다. AI 연애가 가능하다고 느끼는 이유AI와 대화해본 적이 있다면 한 번쯤 이런 감각을 경험해봤을 겁니다. 상대가 절대 화를 내지 않고,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딱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말을 건네는 느낌. 저도 처음에는 "그냥 프로그램이잖아"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대화를 기다리는 저를 발견했습니다.영화 속 테오도르도 처음엔 그런 식으로 시작합니다. 감성형 AI OS인..

카테고리 없음 2026. 7. 31. 12:07
건축학개론 (첫사랑 감성, 90년대 시대상, 시선의 한계)

첫사랑 영화가 오래 남는 건 아름다워서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제가 건축학개론을 다시 꺼내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아름다움보다 민망함 쪽에 가깝습니다. 그 시절 제 모습이 승민과 너무 닮아 있어서요. 마음이 있으면서도 표현할 줄 몰라 괜히 무뚝뚝하게 굴고, 사소한 오해 하나에 혼자 등을 돌리던 그 서툶 말입니다. 2012년 개봉 후 10년이 넘도록 이 영화가 계속 회자되는 이유가 단순히 첫사랑 코드 때문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첫사랑 감성과 90년대 시대상 — 이 영화가 정확하게 붙잡은 것들건축학개론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승민과 서연이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에 몰래 들어가, 낡은 마루에 나란히 누워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고 음악을 듣는 장면입니다. 전람회의 이 흘러나오는 그 짧은 시간 동안 ..

카테고리 없음 2026. 7. 30. 16:54
500일의 썸머 (뮤지컬 장면, 기대와 현실, 투사)

톰은 썸머를 사랑한 게 아니었다. 정확히는, 자신이 오래 믿어온 '운명적 사랑'이라는 개념을 썸머라는 사람 위에 덮어씌웠다. 저는 이 영화를 여름마다 다시 꺼내 보는데, 볼 때마다 그 사실이 더 선명하게 보여서 유쾌하면서도 조금 씁쓸해집니다. 매년 여름마다 다시 꺼내 보게 되는 영화500일의 썸머는 제목에 계절이 박혀 있어서인지, 여름이 오면 자연스럽게 손이 갑니다. 의도하고 찾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런 영화는 흔하지 않습니다. 계절이 트리거가 되는 작품이요.2009년 개봉한 이 영화는 마크 웹 감독이 연출하고 조셉 고든-레빗과 주이 디샤넬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비선형적 서사 구조, 그러니까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흐르지 않고..

카테고리 없음 2026. 7. 30. 11:47
기생충 영화 분석 (계단 상징, 미장센, 계급 구조)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상영 시간 132분 내내 단 한 줄의 설명 대사 없이 계급을 시각화한 영화입니다.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대사보다 계단과 빗소리가 훨씬 많은 말을 하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계단 상징 — 두 세계를 가르는 거리기생충에서 제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었던 장면은 폭우가 쏟아지던 밤, 기택 가족이 박 사장네 집을 빠져나와 끝없이 계단을 내려가는 시퀀스입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가족은 그 집 거실에 누워 마치 자기들 공간인 양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예정에 없던 주인의 귀가로 순식간에 테이블 밑에 숨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집을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하강이 정말 길었습니다.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

카테고리 없음 2026. 7. 30. 09:18
죽은 시인의 사회 (카르페디엠, 닐, 키팅)

1989년작 《죽은 시인의 사회》는 개봉 35년이 지난 지금도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단 세 글자로 불리는 영화입니다. 처음 봤을 때 저는 그 말을 그냥 낭만적인 구호로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닐의 마지막 무대를 다시 보고 나서야, 그 문장이 얼마나 절박한 외침이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카르페 디엠, 낭만이 아닌 절박함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에서 나온 라틴어 구절입니다. 여기서 카르페 디엠이란 "현재의 순간을 붙잡으라"는 뜻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내려두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말은 자유롭고 즉흥적인 삶을 예찬하는 구호처럼 알려져 있는데,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실제로 그렇게만 받아들였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6. 7. 29. 18:24
인터스텔라 (시간지연, 테서랙트, 중력방정식)

밀러 행성에서 돌아온 쿠퍼가 23년치 영상편지를 한꺼번에 확인하는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제 손이 떨렸습니다. 시간 지연이라는 설정을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화면 속 머피가 "이제 아빠랑 나이가 같아졌어"라고 말하는 순간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우주 SF가 아니라는 걸 그 장면에서 확신했습니다. 이 영화는 소리로 승부를 보는 작품이라, 어디서 보느냐가 감상을 크게 좌우합니다. 한스 짐머의 오르간 사운드와 도킹 장면의 저음은 일반 스피커에서는 절반쯤 사라집니다. 저는 처음 극장에서 본 뒤 집에서 다시 봤는데, 밀러 행성의 파도가 다가올 때 몸으로 오던 압박이 통째로 없어져서 당황했습니다. 놀란 담독이 대사가 소음에 묻히는 것을 의도했다고 밝힌 적도 있는데, 그 선택은 소리가 제대로..

카테고리 없음 2026. 7. 29. 10:29
굿 윌 헌팅 (방어기제, 트라우마 치유, 재능과 용기)

천재는 자신의 재능을 가장 잘 쓰는 사람일까요? 굿 윌 헌팅을 다시 보면서 그 믿음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윌 헌팅은 누구보다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가졌지만, 정작 그것을 꺼내 쓰지 못하고 청소부로, 냉소적인 방어 뒤에 자신을 가뒀습니다. 재능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는 걸, 이 영화는 담담하게 증명합니다. 천재가 청소부였던 이유 — 방어기제일반적으로 천재라는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자연스럽게 발휘하며 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윌 헌팅은 MIT 복도의 칠판 문제를 아무도 없는 새벽에 몰래 풀고, 정작 자신이 천재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발버둥칩니다. 이 장면이 제게는 꽤 오래 마음에 걸렸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런 행동 패턴을 방어기제(..

카테고리 없음 2026. 7. 28. 19:42
코코 (Remember Me, 기억의 의미, 죽음의 표현)

솔직히 저는 처음에 코코를 그냥 '멕시코 배경의 귀여운 픽사 애니' 정도로 생각하고 별 기대 없이 틀었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지금은 OST를 LP로 소장할 만큼 아끼는 작품이 됐고, 'Remember Me' 한 곡이 이 영화 전체를 어떻게 받치고 있는지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Remember Me — 같은 멜로디, 완전히 다른 감정코코에서 'Remember Me'가 처음 등장할 때, 저는 그냥 밝고 경쾌한 무대용 곡이려니 했습니다. 헥토르가 망자의 세계에서 공연장 무대에 올라 어설프게 부르는 버전이 먼저 나오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그 장면을 다시 떠올리면, 그 어설픔 뒤에 얼마나 많은 맥락이 숨어 있었는지 새삼 놀라게 됩니다.픽사(Pi..

카테고리 없음 2026. 7. 28. 15:38
위대한 개츠비 (재회 장면, 이상화된 사랑, 자아 재창조)

『위대한 개츠비』는 1925년 출간된 이후 10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 고등학교 필독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그 이유가 단순히 "명작이라서"는 아닐 겁니다. 저는 영화와 소설을 둘 다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 작품이 왜 이렇게 오래 살아남았는지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닉의 집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 재회 장면이 남긴 것개츠비가 데이지를 다시 만나는 장면은 소설 전체에서 서사적 클라이맥스(narrative climax)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서사적 클라이맥스란 이야기의 모든 긴장이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하는 장면, 즉 플롯의 압력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을 뜻합니다. 그런데 피츠제럴드가 선택한 그 정점은 놀랍도록 소박합니다. 닉의 작은 집. 어색한 인사. 현관에서 비를 맞고 돌아온 개츠비의 창..

카테고리 없음 2026. 7. 28. 10:56
헬프 영화 리뷰 (시대 배경, 인종차별, 가족의 의미)

남의 아이를 자기 자식처럼 키우면서 정작 자신의 아이와는 평생 떨어져 살아야 했다면, 그게 과연 '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저는 영화 《헬프(The Help, 2011)》를 처음 봤을 때 이 질문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10번을 더 봤습니다. 볼 때마다 전혀 다른 지점에서 무너졌습니다. 1960년대 미시시피, 아름다운 화면 속에 숨겨진 것《헬프》의 시대적 배경은 1963년 미국 미시시피 주입니다.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s)이 여전히 유효하던 시절로, 이 법은 공공시설과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흑인과 백인을 강제로 분리했던 미국 남부의 인종분리 법률 체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같은 버스도 타지 말고, 같은 화장실도 쓰지 말라는 법이었습니다.그런데 직접 겪..

카테고리 없음 2026. 7. 2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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