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이루고 나서 오히려 공허해진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이 영화가 정확히 그 감각을 건드립니다.2020년 픽사 애니메이션이고 피트 닥터와 켐프 파워스가 공동 연출했습니다. 러닝타임은 100분이고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어요. 저는 디즈니플러스에서 봤습니다(2026년 9월 15일 확인). 공연을 마치고 나온 얼굴꿈을 이루면 행복해진다고들 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시험만 끝나면, 이것만 되면, 저기만 가면 진짜 삶이 시작될 거라고요. 그런데 막상 그 순간들을 통과해보니 뒤따라오는 건 기쁨보다 허탈에 가까웠습니다.조 가드너도 마찬가지예요. 평생 꿈꾸던 무대에 서고 공연도 완벽하게 해냅니다. 그런데 공연장을 나서는 표정이 묘하게 비어 있어요. 무슨 일이냐는 물음에 그는 솔직하..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돌아선 적 있으신가요.그 감각을 정확히 담은 영화를 찾다가 노팅힐을 다시 꺼내 봤습니다. 작품 정보원제: Notting Hill감독: 로저 미첼각본: 리처드 커티스출연: 휴 그랜트, 줄리아 로버츠개봉: 1999년러닝타임: 124분볼 수 있는 곳 (2026년 9월 15일 확인)쿠팡플레이 — 구독 시청제공처는 자주 바뀌니 시청 전에 확인해보세요. 하필 이 동네였던 이유노팅힐은 런던 서쪽에 실재하는 동네입니다. 포토벨로 마켓이 있고 색색의 테라스 하우스가 늘어서 있는 곳이죠. 영화는 그 동네의 낡은 여행 서적 전문점을 주 무대로 삼습니다.처음엔 이 설정이 다소 작위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면 공간 선택이 꽤 계산된 것임을 알게 돼요. 할리우드 스타와 서점 주인..
처음 틀었을 때만 해도 그냥 법정 드라마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변론 장면에서 숨이 멎었어요. 교과서에서 외웠던 조문이 저 자리에서는 전혀 다른 무게를 가졌습니다. 작품 정보감독: 양우석출연: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임시완개봉: 2013년러닝타임: 127분볼 수 있는 곳 (2026년 9월 15일 확인)넷플릭스 — 구독 시청제공처는 자주 바뀌니 시청 전에 확인해보세요. 외웠던 문장이 무기가 된 순간차동영이 증언대에서 자기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판단하는 거라고 말하는 장면부터 무언가 달라졌습니다. 그 말을 받아치는 송우석의 반문이 이 영화 전체를 뒤흔드는 지점이에요. 증인이 말하는 국가란 대체 뭐냐고요.그리고 그가 꺼내는 게 헌법 제1조 2항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
가족끼리 함께 있는데 오히려 더 외로웠던 적이 있습니다. 다들 각자 무너지고 있는데 아무도 그 얘기를 꺼내지 않는 시간이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 감각이 떠올랐습니다.2006년 미국 영화고 조나단 데이튼과 발레리 파리스가 공동 연출했습니다. 러닝타임은 101분이에요. 저는 디즈니플러스에서 봤습니다(2026년 9월 15일 확인). 실패한 사람들이 낡은 밴 한 대에 올라타 딸의 미인대회를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인데, 웃다가 이상하게 마음이 아픈 영화였습니다.아빠가 무대로 올라가던 순간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클라이맥스인 미인대회 무대입니다.올리브가 할아버지가 짜준 안무를 추기 시작하는 순간 객석이 순식간에 얼어붙어요. 심사위원 표정이 굳고, 진행자가 달려와 아이를 내리라고 하고, 학부모들은 웅성거립니다. ..
처음 볼 때는 단순한 공포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닭이 우는 장면 하나가 영화 전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어요.작품 정보감독·각본 | 나홍진출연 |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쿠니무라 준, 김환희개봉 | 2016년러닝타임 | 156분청소년관람불가볼 수 있는 곳 (2026년 9월 15일 확인)디즈니플러스 — 구독 시청저는 극장에서 봤습니다. 제공처는 자주 바뀌니 시청 전에 확인해보세요. 기다려, 조금만 더극장에서 보면서 가장 숨이 막혔던 건 귀신이 나오는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무명이 종구를 붙잡고 닭이 세 번 울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는 장면이었어요. 이유도 없고 설명도 없었습니다. 그냥 기다리라는 말뿐이었죠.화면은 종구의 얼굴과 집 쪽을 계속 오갔습니다. 보면서 속으로 외쳤어요. 기다려, 조금..
지금 사는 시대가 유독 시시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기분이 들 때마다 오래된 영화나 음악에 손이 갔는데, 어느 순간 그게 도피인지 취향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디 앨런의 2011년작 《미드나잇 인 파리》는 그 질문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과거를 동경하는 것이 낭만인지 회피인지, 이 영화는 웃기면서도 꽤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헤밍웨이가 읽기를 거절한 이유 — 황금시대의 환상이 작동하는 방식파티에서 누군가를 소개받았는데 그게 어니스트 헤밍웨이라면 어떤 표정이 될까요. 주인공 길(오웬 윌슨)이 딱 그 상황을 맞닥뜨립니다. 제가 그 장면을 처음 봤을 때 길의 얼떨떨한 표정이 정확히 제 표정이었습니다. 책으로만 알던 대문호가 눈앞에 서 있다는 설정 자체가 이미 웃기는데, 그 다음 대사에서 소리..
2002년,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은 가톨릭 교구 사제 249명의 아동 성범죄를 세상에 드러냈습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게 용감한 기자들의 영웅담일 거라 생각했는데, 보고 나서 그 예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 영화가 겨누는 건 악당이 아니라, 눈을 감기로 선택한 도시 전체였습니다.인명부 한 장이 드러낸 것영화에서 제 등이 서늘해진 건 스포트라이트 팀이 교구 인명부(diocesan directory)를 쌓아놓고 뒤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여기서 교구 인명부란 가톨릭 교구 소속 사제들의 부임지와 이동 기록이 연도별로 정리된 공식 문서를 말합니다. 극적인 액션도 없고, 그냥 사람들이 종이를 한 장씩 넘기고 있을 뿐이었습니다.그런데 기록을 대조하다 보니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코미디가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할 수 있을까요. 처음엔 그 조합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틀렸습니다.1997년 이탈리아 영화로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과 주연을 맡았습니다. 러닝타임은 116분이에요. 1999년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 남우주연상, 음악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쿠팡플레이에서 봤습니다(2026년 9월 9일 확인). 제공처는 자주 바뀌니 시청 전에 확인해보세요.장교는 위협하는데 아이는 신나 있었습니다마음이 실제로 무너진 건 수용소 도착 직후였습니다.독일군 장교가 규칙을 설명하겠다며 통역할 사람을 찾자 아버지 귀도가 손을 듭니다. 독일어를 한 마디도 못 하면서요. 그러고는 장교가 소리치는 살벌한 위협을 전부 게임 규칙으로 바꿔서 아들 조수아에게 전달합니다. 1000점을 먼저 따면 진짜 탱..
어릴 때 봤던 영화를 다시 틀었다가 한 장면에서 멈춰버린 적이 있습니다. 화면이 예뻐서가 아니라, 거기 담긴 감정이 뒤늦게 와서 박혔거든요. 저한테 그 장면은 라푼젤의 등불 씬이었습니다. 처음 봤을 땐 그냥 예쁘다고 넘겼는데, 다시 보니 그 장면 하나에 이 영화의 전부가 들어 있었어요.등불 장면, 왜 그렇게 뭉클한가제가 처음 이 장면을 다시 봤을 때 눈에 들어온 건 불빛이 아니라 라푼젤의 손이었습니다. 배 위에 앉아서 계속 손을 만지작거리는 그 모습이요. 평생 꿈꿔온 것을 드디어 눈앞에 두고 오히려 굳어버리는 표정. 만약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어떡하나, 이걸 보고 나면 그 다음엔 뭘 하고 살아야 하나. 그 마음이 얼굴에 다 드러나 있었어요.이건 단순한 설렘이 아닙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목표 달성..
처음엔 그냥 가볍게 볼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한 장면이 계속 남아 있었어요. 정장을 차려입고 서류가방을 든 70대 남성이 스타트업 사무실로 첫 출근하는 장면이요.작품 정보원제: The Intern감독·각본: 낸시 마이어스출연: 로버트 드니로, 앤 해서웨이개봉: 2015년러닝타임: 121분볼 수 있는 곳 (2026년 9월 15일 확인)넷플릭스 — 구독 시청저는 극장에서 먼저 보고, 다시 볼 땐 넷플릭스로 봤습니다. 제공처는 자주 바뀌니 시청 전에 확인해보세요.넥타이를 맨 이유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벤 휘태커는 37년 경력의 전직 임원입니다. 은퇴 후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해 패션 이커머스 스타트업에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첫날 출근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