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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30)
영화 원더를 보고 느낀 친절의 의미

열 살짜리 아이가 우주비행사 헬멧을 벗고 현관을 나서는 장면. 저는 그 몇 초를 보면서 이상하게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 영화 〈원더〉는 트리처콜린스 증후군(Treacher Collins Syndrome)을 가진 소년 어기 풀먼이 처음으로 공립학교에 입학하는 이야기인데, 이 영화가 단순히 "장애를 가진 아이가 학교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다 보고 나서 그 판단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첫 등굣길, 헬멧을 벗는다는 것의 무게어기가 늘 쓰고 다니던 우주비행사 헬멧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직접 이 장면을 봤을 때, 그 헬멧이 그 애가 세상과 자기 사이에 세워둔 유일한 벽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그걸 스스로 내려놓고 문을 열고 나가는 열 살짜리를 보면서, 저 ..

카테고리 없음 2026. 8. 2. 15:26
500일의 썸머 (뮤지컬 장면, 기대와 현실, 투사)

톰은 썸머를 사랑한 게 아니었다. 정확히는, 자신이 오래 믿어온 '운명적 사랑'이라는 개념을 썸머라는 사람 위에 덮어씌웠다. 저는 이 영화를 여름마다 다시 꺼내 보는데, 볼 때마다 그 사실이 더 선명하게 보여서 유쾌하면서도 조금 씁쓸해집니다. 매년 여름마다 다시 꺼내 보게 되는 영화500일의 썸머는 제목에 계절이 박혀 있어서인지, 여름이 오면 자연스럽게 손이 갑니다. 의도하고 찾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런 영화는 흔하지 않습니다. 계절이 트리거가 되는 작품이요.2009년 개봉한 이 영화는 마크 웹 감독이 연출하고 조셉 고든-레빗과 주이 디샤넬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비선형적 서사 구조, 그러니까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흐르지 않고..

카테고리 없음 2026. 7. 30. 11:47
카르페디엠을 보여주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후기

1989년작 《죽은 시인의 사회》는 개봉 35년이 지난 지금도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단 세 글자로 불리는 영화입니다. 처음 봤을 때 저는 그 말을 그냥 낭만적인 구호로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닐의 마지막 무대를 다시 보고 나서야, 그 문장이 얼마나 절박한 외침이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카르페 디엠, 낭만이 아닌 절박함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에서 나온 라틴어 구절입니다. 여기서 카르페 디엠이란 "현재의 순간을 붙잡으라"는 뜻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내려두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말은 자유롭고 즉흥적인 삶을 예찬하는 구호처럼 알려져 있는데,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실제로 그렇게만 받아들였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6. 7. 29. 18:24
헬프 영화 리뷰 (시대 배경, 인종차별, 가족의 의미)

남의 아이를 자기 자식처럼 키우면서 정작 자신의 아이와는 평생 떨어져 살아야 했다면, 그게 과연 '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저는 영화 《헬프(The Help, 2011)》를 처음 봤을 때 이 질문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10번을 더 봤습니다. 볼 때마다 전혀 다른 지점에서 무너졌습니다. 1960년대 미시시피, 아름다운 화면 속에 숨겨진 것《헬프》의 시대적 배경은 1963년 미국 미시시피 주입니다.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s)이 여전히 유효하던 시절로, 이 법은 공공시설과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흑인과 백인을 강제로 분리했던 미국 남부의 인종분리 법률 체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같은 버스도 타지 말고, 같은 화장실도 쓰지 말라는 법이었습니다.그런데 직접 겪..

카테고리 없음 2026. 7. 27. 21:40
그린북 (인종차별, 정체성, 자존심)

1962년 미국 남부를 여행하는 흑인 피아니스트에게 안전한 숙소와 식당을 알려주는 책이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그 이름이 '그린북(Green Book)'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런 책이 필요했던 시대가 얼마나 최근인지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인종차별의 구조, 장면 하나로 말하다명성과 부를 다 가진 사람도 피부색 하나로 식당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게, 과연 먼 옛날 이야기일까요? 저는 이 질문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영화 속 돈 셜리(Don Shirley)는 카네기홀에서 공연하는 수준의 클래식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런데 그가 미국 남부 투어를 떠날 때 반드시 챙겨야 했던 것이 바로 '니그로 모터리스트 그린북(Negro Motorist Green Book)'이었습니다. 여기서 그린북이란..

카테고리 없음 2026. 7. 27. 14:22
인사이드 아웃 (아이를 움직인 건 격려가 아니라 인정이었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이게 어린이 영화가 맞나 하고 멍하니 서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작품 정보원제: Inside Out제작: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감독: 피트 닥터개봉: 2015년러닝타임: 95분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볼 수 있는 곳 (2026년 9월 9일 확인)디즈니플러스 — 구독 시청저는 처음엔 극장에서 봤고, 나중에 디즈니플러스로 다시 봤습니다. 제공처는 자주 바뀌니 시청 전에 확인해보세요. 머릿속을 이렇게 그릴 수 있구나설정은 단순합니다. 머릿속에 감정 본부라는 공간이 있고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거기서 일합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발상을 밀고 나가는 방식이 만만치 않아요.가장 감탄한 건 추상적 사고의 방이었습니다. 기쁨이와 빙봉이 그 방을 통과하는 순간 캐릭터들이 차례로 납작한..

카테고리 없음 2026. 7. 27. 09:12
포레스트 검프를 다시 보니 제니가 먼저 보였습니다

개봉한 지 30년이 넘은 영화를 다시 꺼내 봤습니다. 어릴 때 처음 보고 나서 한참 만이었는데, 그때와 전혀 다른 감정이 밀려왔어요. 나이가 든다는 건 같은 영화를 새로 보게 된다는 뜻인가 봅니다.작품 정보원제 | Forrest Gump감독 | 로버트 저메키스출연 | 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 게리 시니즈개봉 | 1994년러닝타임 | 142분제67회 아카데미 6개 부문 수상볼 수 있는 곳 (2026년 9월 9일 확인)쿠팡플레이 — 구독 시청※ 제공처는 자주 바뀌니 시청 전에 확인해보세요. 깃털 하나가 전부였습니다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깃털 하나가 나옵니다. 바람에 실려 정처 없이 떠다니다 어딘가에 살포시 내려앉는 깃털. 처음엔 그냥 감각적인 연출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영화 전체를 압축하고 있..

카테고리 없음 2026. 7. 26. 12:18
비긴 어게인 보고 아침 루틴이 바뀌었습니다

음악 영화를 보고 나서 플레이리스트를 바꾼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존 카니가 2013년에 만든 104분짜리 영화입니다. 마크 러팔로와 키이라 나이틀리가 나오고, 아담 레빈도 록스타 역으로 등장합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2026년 9월 9일 확인). 이 영화가 저한테 남긴 건 OST 한 곡이 아니라 음악을 어떻게 듣느냐는 질문이었어요. 이어폰을 나눠 끼는 장면음악 영화라면 보통 공연 장면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제일 오래 남은 건 무대가 아니었어요.댄과 그레타가 이어폰 한 쌍을 나눠 끼고 밤의 뉴욕을 걷습니다. 서로의 재생목록을 들려주면서요. 뭘 듣는지 보면 그 사람을 알게 된다고 그레타가 말하는데, 저도 누군가와 이어폰을 나눠 낀 적이 있어서 그게 얼마나 긴장되는 일인지 압니다. 내..

카테고리 없음 2026. 7. 25. 11:22
이터널 선샤인, "Okay"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가 있다면 어떨까. 이 영화는 그 가정 하나로 시작합니다. 저는 쿠팡플레이로 두 번 봤는데, 첫 관람과 두 번째가 완전히 다른 영화였습니다.작품 정보원제 |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감독 | 미셸 공드리각본 | 찰리 카우프만출연 |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마크 러팔로개봉 | 2004년러닝타임 | 108분볼 수 있는 곳 (2026년 9월 7일 확인)쿠팡플레이 — 구독 시청※ 제공처는 자주 바뀌니 시청 전에 확인해보세요.솔직히 구조에는 좀 지쳤습니다먼저 인정하고 갈 게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의 구성에 완전히 설득되지는 않았어요.감정에 빠져들려는 순간마다 "지금이 삭제 전인가 삭제 중인가"를 계산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거든요..

카테고리 없음 2026. 7. 24. 15:40
타이타닉, 잭은 꼭 죽어야 했을까

솔직히 처음 봤을 때 저한테 오래 남은 건 배가 가라앉는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로즈라는 여자였어요. 몸도 인생도 꽉 조여진 시대에 난간을 넘으려던 그 순간, 이미 마음을 뺏겼습니다. 재난 로맨스가 아니었습니다.작품 정보원제 | Titanic감독·각본 | 제임스 카메론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 빌리 제인, 캐시 베이츠개봉 | 1997년러닝타임 | 194분볼 수 있는 곳 (2026년 9월 7일 확인)쿠팡플레이 — 구독 시청※ 제공처는 자주 바뀌니 시청 전에 확인해보세요. 코르셋 조이는 소리가 먼저 떠오릅니다1912년이라는 배경을 빼고 이 영화를 말하는 건 반쪽짜리라고 생각합니다.어머니가 로즈의 코르셋을 조이는 장면이 있어요. 시대 의상처럼 지나가지만, 저는 이 영화에서 억압이 가장 선명..

카테고리 없음 2026. 7. 2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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